저와 저의 아빠가 농사지은 농산물을 예약주문해주신 여러분. 안녕하세요. :-) 우리가 농사짓는 홍성은 날이 많이 더워졌어요. 이제 정말 여름인 것만 같아요. 조금만 일해도 땀이 주륵 흐르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우리는 조금 선선한 시간대인 동이 틀 무렵이나 질 무렵 들일을 해요. 한낮에는 지금 편지를 쓰고 있는 저처럼 잠시 쉬었다가, 시너시가 되면 일을 또 시작해요. 물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철에는 땀이 비 오듯 흐르건 말건 종일 일을 해야 하지만요.
ⓒ 풀 뽑는 엄마 손
오늘 아침나절 저는 논밭상점을 통해 주문이 들어온 애플민트를 수확하고, 아빠가 이번 주 금요일에 심을 고구마 순을 날랐어요. 점심을 이르게 먹고는 레몬향이 나는 허브 타임을 밭에 심고, 쌀겨와 지푸라기를 덮어주기도 했고요.
*작년, 가장 인기 많았던 고구마 예약주문은 이번 주 중 시작할 예정이에요.
ⓒ 그제 심은 허브 타임
ⓒ 어여쁜 몇송이는 물꽂이용으로 주섬주섬
ⓒ 풀을 뽑다가 같이 나온 감자
이 편지를 쓰고는 감자 꽃을 따러 밭에 가려고 해요. 꽃을 따야 감자알이 더 실해지거든요. 올해 처음 농사짓기 시작한 제가 (감히) 맡아서 기르고 있는 감자는 (다행히도) 잘 자라고 있어요. 지난 한 달 동안은 자주 감자밭 고랑 사이사이를 쭈그리고 앉아서 풀을 맸어요. 겨우 다 매고, 뒤돌아서면 또 풀이 삐쭉 올라와있어서, 또 매고, 또 매는 시간을 보냈어요. 아빠 말씀으로는 올해 알이 꽤 달릴 것 같다고 해요.
감자 옆에 심겨져 있는 비트는 지난 봄 고라니의 잦은 습격으로 고생이 많았어요. 들어오지 못 하게 줄과 망을 쳐놨는데도, 기어코 들어와서 비트를 해쳐놓는 고라니(자식)들 때문에 저 역시 한동안 골치가 아팠는데요. 이제는 비트가 제법 자라서인지 고라니들이 더 이상 해쳐놓지 않더라고요. 가슴을 쓸어내리며 비트에게 이름이 지어주었어요. ‘고라니도 탐낸 비트’.
* 비트알과 같은 영양소가 들어있다는 비트잎이 반짝반짝 매끄럽게 잘 자라주었어요. 비트를 수확하기 전, 비트잎 일부를 판매할 예정이에요. 논밭상점 홈페이지에 상품을 올리지 않더라도, 필요하신 분들은 제게 연락주세요. 방긋!
비트 옆에 심겨져 있는 미니단호박은 어느 새 맑고 향기로운 꽃을 피웠어요. 꽃은 미니단호박의 순을 질러줘야 한다는 알림 같은 거예요. 요즘 피는 꽃은 호박을 달리게 하는 암꽃인데, 이 암꽃은 호박의 9~10번째 마디부터 달리게 해야 하거든요. 그래야 달콤한 미니단호박을 한 줄기에서 여러 개 수확할 수 있게 돼요. 요즘 지른 순과 단호박잎은 이웃들과 나눠먹고 있어요. 순과 잎에서 달달한 단호박향이 나서 된장찌개를 끓일 때 넣어먹어도 좋고, 쪄먹어도 좋거든요.
ⓒ 우리집 양파밭 고랑 사이 사이를 매는 동네 할머니
겨울의 추위에도 얼지 않고 이겨낸, 아빠가 농사지은 양파는 딱 보기에도 알이 실해요. 양파밭 매는 일을 도와주러 오신 마을할머니들이 “올해 이렇게 좋은 양파는 처음 봤다”고 하실 만큼이요. 지난겨울은 너무 추워서, 다들 양파가 잘 안 됐다고 하더라고요. :-(
아빠가 농사지은 양파는 지난겨울과 봄을 잘 보내고, 요즘은 뽀득뽀득 알을 키워가고 있어요. 아빠 양파는 예약주문 물량 외에는 모두 판매할 곳이 정해져있어요. 아빠가 농사지은 양파를 드시고 싶은 분들은 서둘러 예약주문 부탁드려요. 방긋!
ⓒ 마을 친구가 만들어준 논밭상점 로고 도장을 콕 찍은 상자
예약주문을 시작해놓고도 반신반의한 게 사실이에요. 앞으로는 농민은 판로 걱정을 좀 덜고, 소비자는 신선한 농산물을 조금이라도 알뜰한 가격으로 먹을 수 있도록, 예약주문을 시작해야겠다고 해놓고도 ‘에이, 누가 예약주문을 해주겠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정말 감사하게도 무려 스물일곱 분이 예약주문을 해주신 거 있죠?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여러분이 해주신 예약주문이 제게는, 제 삶을 응원해주신 것처럼 느껴집니다. 여러분들의 예약주문을 응원으로 믿고, 그 힘으로 열심히 농사짓고, 논밭상점을 돌보겠습니다.
또 편지 드릴게요!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
-고구마 농사를 앞둔 초여름 어느 날, 논밭상점에서 농사짓는 박푸른들 드림.
※ 농사중/예약중 농산물
유기농감자: 농사시작일- 3월 29일 ~ 배송예정일- 6월 25일경
유기농미니단호박: 농사시작일- 3월 29일 ~ 배송예정일- 7월 15일경
유기농양파: 농사시작일- 작년 9월 5일 ~ 배송예정일- 7월 5일경
유기농비트: 농사시작일- 2월 2일 ~ 배송예정일- 7월 5일
- 유기농비트잎은 바로 보내드릴 수 있습니다. 연락주세요. :-)
- 유기농고구마는 곧 예약주문을 시작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