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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학교7

[기고] 교사도 함께 성장하는 곳, 꿈틀리인생학교의 교사 ‘술다’의 이야기 꿈틀리인생학교 교사로 보낸 지낸 2년을 돌아보며 술다(류하늬) ⓒ술다작년 12월, 모둠 친구들과 함께 본 강화의 일출 평생을 나와 인연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강화에 들어온 지도 벌써 2년 4개월이 되었다. 조선시대의 유배지로나 알고 있던 이곳에 들어오게 된 것은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하다. 나는 강화에 위치한 1년제 생활관 학교 ‘꿈틀리인생학교’를 다니고 있다. ‘다닌다.’라는 표현이 교사가 사용하기엔 좀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근무한다거나 일한다는 표현보다는 같이 다닌다는 표현이 나에게 가장 적합한 것 같다. 내가 꿈틀리인생학교(이하 꿈틀리)를 다니게 된 것은 어쩌면 운명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교사로 살아오신 아버지를 보며, 또 12년 동안의 학교생활에서 교육과 사람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 2018. 2. 2.
[빛으로 그린 농사] 이삭 팰 무렵 - 쌀 이야기 - 문수영 ⓒ 문수영 바야흐로 이삭이 패어나는 때이다. 논에 빽빽하게 들어선 벼들은 이제 더 이상 위로 자라지 않는다. 통통한 열매들을 저마다 만들어낸다. 벼꽃은 새벽에만 피는데 이삭 주머니 안에서 꽃이 터지고 나서는 조그맣고 하얀 수술이 이삭 사이사이에 피어오른다. 저녁 어스름할 때 논길을 걷거나 논둑에 앉아 있으면 코 밑으로 구수한 냄새가 퍼진다. 벼꽃 냄새다. 다른 꽃향기처럼 특별하진 않지만 우리가 매일 꼭꼭 씹어 삼키는 밥맛처럼 편안하다. 꽃을 자세히 보려고 다가가면 풀 아래 숨어 쉬던 개구리는 사람 발자국 소리에 놀라 물속으로 퐁퐁 뛰어든다. 작은 물살이 일어나고 개구리 헤엄치는 소리가 하나의 노래가 되어 귓가에 울려 퍼진다. 이 계절, 논의 모습은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그.. 2014. 9. 13.
쌀 수입 전면 개방에 대한 풀무 전공부 학생들의 입장 충남 홍성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환경농업전공부 재학생들이 지난 3주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쌀 개방에 대한 공부모임을 한 뒤 을 내놓았습니다. 농:農저널 농담 또한 정부의 일방적인 쌀 시장 개방 발표에 크나큰 우려를 표하며, 학생이자 소농인 풀무 전공부 학생들의 입장 글을 전합니다. 지난 7월 18일(금) 농업, 농민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동필)는 쌀 관세화를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쌀 관세화는 쌀에 관세를 매기면 얼마든지 쌀을 수입할 수 있는 제도로, 우리나라가 쌀 시장을 완전히 개방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쌀 관세화 문제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에서 부터 출발합니다. UR을 통해 세계무역기구(WTO)가 세계 농산물 시장개방을 관장하게 되면서 농.. 2014. 8. 31.
[빛으로 그린 농사] 여름날 풀무학교 환경농업전공부 2학년인 문수영이 학교와 지역에서 살며 배우며 겪게 되는 것들을 빛으로 그려냅니다. [농저널 농담] 여름날 문수영 ⓒ 문수영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떠들썩한 이 밤, 하늘색이 불타오른다. 바람소리가 요란스러워 창문이 흔들댄다. 얼마나 무섭게 쏟아지려고 이러는 걸까. 거의 한달 동안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밭은 엉망이 되고야 말았다. 한 방울의 비도 내리지 않아 딱딱하게 땅이 메마른가 하면 갑자기 때를 모르고 몰아치는 비바람에 참깨와 옥수수가 쓰러져 누웠고 생강은 옥수숫대에 깔려 꺾여버렸다. 저번 주 내내 내린 비로 풀들은 한 뼘씩 더 자라 무릎까지 컸다. 여기가 풀밭인지 그냥 밭인지 알 수 없을 노릇이었다. 나는 늘 어깨에 걸치던 사진기를 벗어던졌다. 끝없이 자라나는 풀과 싸우려면 온.. 2014. 8. 5.
[빛으로 그린 농사]한일자로 늘어서서 입구자로 심어를 보세! 풀무학교 환경농업전공부 2학년인 문수영이 학교와 지역에서 살며 배우며 겪게 되는 것들을 2주에 한 번씩 빛으로 그려냅니다. [농저널 농담] 한일자로 늘어서서 입구자로 심어를 보세! -손 모내기 이야기- 문수영 ⓒ 문수영 못자리 설치 후 제법 많은 시간이 흘렀다. 흘러간 시간만큼 흙에 파묻혀 보이지 않던 볍씨는 어느새 초록색 싹을 틔워냈고, 어서 논으로 내보내달라고 애원하기라도 하는 듯이 빠른 속도로 자라났다. 우리는 짧디 짧은 2박 3일 휴가를 마치고 실습주간을 맞았다. 실습주간은 모내기철과 일찍 뿌려놓은 양파, 마늘, 감자, 완두콩의 수확 시기를 말한다. 이 때는 오전, 오후 다 논밭으로 나가 농사일을 하며 지낸다. 어쩌면 앞서 했던 모든 실습이 이 힘들고 바쁜 주간을 위한 몸 만들기였는지도 모르겠다며.. 2014. 6. 25.
[빛으로 그린 농사] 실습주간 맞이 몸풀기 풀무학교 환경농업전공부 2학년인 문수영이 학교와 지역에서 살며 배우며 겪게 되는 것들을 2주에 한 번씩 빛으로 그려냅니다. [농저널 농담] 실습주간 맞이 몸풀기 - 전공부 체육대회 이야기 - 문수영 ⓒ 문수영 5월이면 풀무학교 전공부 식구들끼리 하는 체육대회가 열린다. 비가 퍼붓는 날이 아니고서야 바쁜 농사일로 학교에서 지지고 볶으며 생활하는 사람들이 유일하게 마음 놓고 푹 놀 수 있는 때가 바로 이 체육대회다. 선생님들, 학생들, 전공부를 졸업한 수업생들까지 삼삼오오 모여 준비한 놀이를 하면서 들판에 드러누워 쉬고 먹는다. 전공부 안에는 뛰어놀 수 있을 만한 마땅한 장소가 없어서 푸른 잔디도 깔려있고, 넓어서 움직이기 좋은 근처 풀무고등학교 운동장을 빌렸다. 요 며칠 5월 같지 않게 날이 흐리고 바람이.. 2014. 5. 16.
[풀무에서 보내는 편지]네 번째. 아빠께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환경농업 전공부에 입학한 여연이가 겪고 느끼는 것을 편지에 담아 주변 사람들에게 보냅니다. 20대 청년이 학교에서 생태농업과 공동체를 배워 나가는 과정을 소개합니다.[농저널 농담] 여연 며칠 전에 오랜만에 전화로 아빠 목소리를 들었어요. 거의 한 달 만의 통화였어요. 그런데 하필 제가 어딘가로 가는 도중이어서, 혼란스런 안부전화로 짤막하게 끝나고 말았죠. 많이 아쉬웠어요. 아빠는 강의를 하셔야 하고 전 핸드폰을 잘 안 들고 다니니, 언제쯤 다시 서로 시간을 맞춰 통화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니까요. 전화를 끊기 전에 아빠는 역시나 제게 “무슨 책을 읽고 있느냐”고 물어보셨어요. 저는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했지만 이런저런 것들을 읽고 있다, 라고 생각나는 대로 주워섬겼고요. 아빠는 ‘가장.. 2014. 4.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