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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촌스러운 여행15

[촌스러운 여행] 4개월 후 (15) 2014년 2월, 가족들과 유럽 시골마을로 일명 촌스러운 여행을 떠났던 박은빈의 기록이 마지막을 알립니다. [농저널 농담] 박은빈 2014. 02. 12Chuncheon, South Korea 2015. 02. 15London, England 2014.03. 03Robertsbridge, England 2014. 03. 16Diss, England 2014. 03. 31Winslow, England 2014. 04. 08Morchard Bishop, England 2014. 04. 30Honiton, England 2014. 05. 12Somerton, England 2014. 05. 19Haverfordwest, Wales 2014. 06. 01Newport, Wales 2014. 06. 17Carma.. 2015. 4. 27.
[촌스러운 여행] 프랑스 동쪽에서 2 (14) 박은빈 멀찍이 떨어져 걷던 우리, 그리고 나란히 걸어가는 우리. ⓒ박은빈 프랑스 동쪽에서 2 “대박! 진짜 맛있어!!” 이 말은 지극히 한국 젊은이가 쓰는 단어조합이다. 감자튀김을 집어먹은 다니엘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어눌한 한국말로 소리친다. 우리는 주로 마주보거나 같은 곳을 바라보며 밥을 먹는다. “너는 서양인하고 동양인이 어떻게 다른 것 같아?” 두 손으로 샌드위치를 들고 막 입으로 가져가려고 할 때 불현 듯 생각이 났는지 다니엘이 물었다. 몇 달 전만해도 방금 그 질문에 대해 혼자서 실눈으로 밤을 지새웠던 기억이 난다. “음…. 처음에 나는 정말 다르다고 생각했었어. 근데 이제는 비슷한 것들만 보여.” 나를 빤히 쳐다보며 그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는 녀석의 얼굴을 보고서 다시 말을 이었다. “처음에.. 2014. 12. 27.
[촌스러운 여행] 프랑스 동쪽에서 1 (13) 박은빈 Hennezel, Vosges, France연두색 화살표를 따라 촌스러운 여행의 목적지를 표시합니다. 프랑스 동쪽에서 1 몸은 마음의 발현이라 숨길 수 없다. 볼이 간질간질. 그러려니 했는데 거울을 보고 깜짝 놀랐다. 피부가 벌겋게 부어올라 오돌토돌 두드러기가 나있는 것이다. 배도 살살 아픈 게 작년에도 응급실을 왕래하게 했던 장염은 아닐는지 왠지 불길한 예감이다. 여름을 지나며 뙤약볕에서 일했던 피로가 번진 걸까. 아니, 거기엔 다른 이유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종종 친구들이 여행하는 내게 대단하다고 말해준다. 그 이유는 첫째도 가족, 둘째도 가족, 셋째도 가족이다. 도대체 어떻게 가족들하고 24시간 빼곡하게, 며칠짜리 패키지여행도 아니고 일 년 가까이 여행을 다닐 수 있냐며 묻는다. 오랜만에 엄.. 2014. 11. 12.
[촌스러운 여행] 두 나라, 두 농부, 두 아내 (12) Ashburton, Devon, England연두색 화살표를 따라 촌스러운 여행의 목적지를 표시합니다. 두 나라, 두 농부, 두 아내낮만 해도 해가 뜨거웠다. 날이 어스름해지더니 축축한 바람이 찾아오고 하나 둘 방울방울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빗소리 들으랴 턱을 괴고 활짝 열어둔 창문 너머를 감상한다. 실 같던 비가 금방 굵어졌다. 멀리서 죤티가 헐레벌떡 장화로 갈아 신고 밭을 향해 뛰어간다. 뒤따라 죤티의 아들도 우비 단추를 채 다 잠그지 못하고 뛰어간다. 무슨 일이지? 그러고 보니 양들이 겨우내 먹을 풀을 베어 말린 게 밭에 그대로 있구나. 죤티는 며칠 간 마른 풀을 네모나게 묶어두느라 늦은 밤까지 바빴었다. 한 트럭이라도 비를 덜 맞히려고 저녁밥도 팽개쳐놓고 뛰어나간 두 사람. 아빠도 남일.. 2014. 10. 13.
[촌스러운 여행] 동생 (11) 박은빈Llangadog, Carmarthenshire, Wales연두색 화살표를 따라 촌스러운 여행의 목적지를 표시합니다. (그동안 여행의 쿵닥거림 속에서 정신을 잃고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무궁무진하게 많아 어디서부터 해야 할 지 즐겁게 고민 중입니다. 다시 흐름을 가다듬고 9월 3일 수요일부터 2주마다 여행기가 시작됩니다.) 동생 내 자전거에 달린 네발바퀴가 닳고 닳아 달그닥거릴 때였다. 저녁시간이 가까워지면 멀리서 엄마 목소리가 들렸다. 친구들과 나는 온종일 뛰놀아 까무잡잡한 얼굴로도 모자라 껌껌한 저녁까지 더 놀고 싶었다. 집에 가면 혼자서 인형놀이밖에 더 할까. 옆집 병임이가 자기 동생이랑 집으로 뛰어가는 걸 보며 배가 아팠다. “나도 동생 만들어줘!” 그리하여 어느 역사적.. 2014. 8. 24.
[촌스러운 여행] 니 똥보다 내 똥이 더 굵다! (10) 박은빈 Newport, Pembrokeshire, Wales10편부터 연두색 화살표를 따라 촌스러운 여행의 목적지를 표시합니다. 니 똥보다 내 똥이 더 굵다! 그날따라 저녁밥을 기다리기가 힘들었다. 고대하던 냄비 뚜껑이 열리니 어제 저녁에 먹다 남은 콩 볶음이었다. 엄마는 들었던 포크를 다시 제자리에 내려놓고 짐짓 태연한 척 물 한 컵을 비웠다. 앞에 앉아있는 호스트를 한 번 쳐다보고 부엌문을 한 번 쳐다보다가 힘없이 한 숟갈을 뜨고 식사를 마쳤다. “이건 정말 너무했다.” 엄마 말에 동생이 한 마디 거든다. “난 일찍부터 여기서 먹는 건 기대도 안했어.” 아침엔 시리얼 한 그릇, 점심엔 빵 두 조각에 사과 하나 먹고 해가 떠있는 온종일을 살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심심한 입을 달랠 간식은 있을 수 없.. 2014. 7. 14.
[촌스러운 여행] 존 & 진 (9) 박은빈 존 & 진 일주일에 단 두 대의 버스만 다니는 시골마을. 꼬불꼬불 언덕 따라 올라가 우리들의 아홉 번째 집에 도착했다. 발랄한 백발머리를 꽁지처럼 묶은 할머니 진이 우릴 반겨주었다. 그 옆에 회색빛 수염을 단 할아버지는 잡지 맨 뒷면에 있는 스도쿠를 맞추다 우릴 보고 서둘러 일어나셨다. 이제 막 한 두 살 되어 보이는 나무묘목들이 집밖을 빙 두르고 있다. 그중에는 간혹 장미와 철쭉이 보이기도 한다. 존 할아버지의 묵직하고도 단정한 발자국을 따라 주변을 산책했다. 발 딛고 있는 언덕이 아래로 낮아지고 다시 높아지는 다음 언덕까지 하얀 양들이 작은 점처럼 박혀있다. 스무 해 전만해도 목장이었던 존과 진의 들판에는 대신 제각기 나이든 나무들이 이파리를 흔들고 있다. 점심시간, 식탁이 단출하다. 직접 구.. 2014. 7. 3.
[촌스러운 여행] 뜨내기가 정착하는 법 (8) 박은빈 몽중설몽(夢中說夢) 여유로운 초저녁 도시 살이 풍경을 그려본다. 입이 심심한 게 뭐 먹을 거 없나 냉장고 문을 열지만 딱히 마땅한 게 없다. 방바닥은 따끈하고, 어스름한 방안 가운데 전등이 밝게 울고 있다. 창문 밖에 남의 집 불빛도 다닥다닥 붙어있다. 오늘 저녁은 새로 개업한 치킨집에서 갈릭치킨을 시켜먹어 봐야지. 지갑을 들쳐보니 텅텅. 아직 알바비가 들어오려면 일주일이나 남았구나.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쉰 김치 한 덩이를 꺼내 뭉텅 자르고 끓인다. 고춧가루가 매워 혀를 내두르며 물을 찾는데 삼다수 페트병에 한 모금 남짓 남아있는 게 전부다. 아이고.어느새 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멀고도 먼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더군다나 브릿트마공동체(Brithdir mawr community)에서 지내는 요즘은 .. 2014. 6. 11.
[촌스러운 여행] 숨바꼭질 (7) 박은빈 숨바꼭질 1년을 계획하고 온 여행, 그중 6개월은 영국에서 지낸다. 엄마가 작년 봄부터 컴퓨터 앞에 앉아 열심히 구글 번역기 돌리며 머물 장소를 물색한 덕분에 영국 스케줄은 모두 완료다. 600에 가까운 영국 우프(WWOOF) 호스트들 중에서 우리에게 알맞은 곳을 찾는데 가족들마다 입맛이 다양했다. 아빠는 흡연금지인 곳과 가축을 주로 기르는 곳은 꽝, 엄마는 숙소가 청결한 곳, 동생은 맛있는 걸 흡족히 먹을 수 있는 식사, 나는 농업을 하거나 교육을 하는 농장.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대로 찾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네 명이 한꺼번에 같이 지낼 공간이 없다는 답변만 줄줄이 날아왔다. 간혹 좋다는 대답이 돌아오면 엄마는 경쾌하고 끝이 약간 떨리는 높은 목소리로 “작은 딸! 얼른 와봐!” 언어담당인 동생.. 2014. 6. 1.
[촌스러운 여행] 촌스러운 가족, 촌스러운 여행 (6) 박은빈 배달되나요? 한국에 두고 온 게 많다. 자주 치던 악보를 동네 헌책방 검붉은 피아노 위에 두고 왔다. 여름 바람에 날아간 내 빨간 장화는 숲속 어딘가 굴러다니고 있을 텐데, 옆집 할머니에게 떠난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했다. 작년 늦가을에 추운 겨울 잘 견디라고 밭이랑마다 덮어준 볏짚이며, 아침마다 자전거로 지나다니던 벚꽃 길도 모두 놓고 왔다. 3년 전 전화 한 통화 받고 무작정 홍성 가는 기차를 탔다. 역에서 홍동가는 버스를 갈아타고 둘레둘레 돌아 도착한 겨울 밭은 그 후로 내게 고향이 되어주었다. 엄마는 돈도 얼마 못 받는데 먹고 살 수 있겠냐고 전화기 너머로 물어보았지만, 난 내가 알아서 잘 살 거라고 전화를 뚝, 그동안 받던 용돈도 뚝 끊었다. 자주 심심한 밤에 초가집에 혼자 앉아 눈만 껌뻑.. 2014. 5. 17.
[촌스러운 여행] 촌스러운 가족, 촌스러운 여행 (5) 2014년 2월, 가족들과 유럽 시골마을로 일명 촌스러운 여행을 떠난 박은빈의 기록입니다. 박은빈과 그녀의 가족이 유럽여행 중 만나는 다양한 농촌과 농업 협태를 전합니다. 매달 첫째, 셋째주 수요일에 연재됩니다. [농저널 농담] 박은빈 영국 런던에서 두 시간 거리의 레드필드(Redfield Community)와 남서쪽으로 멀찍이 떨어져있는 비치힐(Beech hill Community)을 연이어 찾았다. 이 두 공동체는 서로 다른 곳이지만 한데 엉키는 지점이 많아 하나의 글로 묶어보았다. 근 한 달간 함께 생활했더라도, 시기와 계절 따라 달라지는 다양한 이면은 당연히 알 수 없다. 여름이 되면 가냘프던 나무들도 울창하게 잎을 껴안듯이 그들에게도 다른 일상이 펼쳐질 것이다. 내가 만난 2014년 봄의 그들을.. 2014. 4. 29.
[촌스러운 여행] 촌스러운 가족, 촌스러운 여행 (4) 2014년 2월, 가족들과 유럽 시골마을로 일명 촌스러운 여행을 떠난 박은빈의 기록입니다. 박은빈과 그녀의 가족이 유럽여행 중 만나는 다양한 농촌과 농업 협태를 전합니다. 매달 첫째, 셋째주 수요일에 연재됩니다. [농저널 농담] 박은빈 봄에는 삽질 조랑말 두 마리와 양 네 마리가 넓은 들판에서 풀을 뜯고 있다. 그 옆에 얼룩 돼지도 같이 놀고 있다. 들판에 흩어져있는 귀여운 똥들을 한 바구니에 모아 퇴비더미로 옮겨 준 후, 겨울 내 쉬고 있던 밭을 갈아엎는다. 곧 닭들이 쫓아와 부드러운 흙에 몸을 부비고 그 안에 맛있는 벌레들을 쪼아 먹는다. 완두콩 세알씩 줄줄이 땅에 담고, 아까 뽑다가 놔둔 잡초들을 마저 정리해주면 차를 마실 시간이다. 이 모든 일이 낯익다. 봄을 맞이하는 풍경이다. 지난겨울부터 여태.. 2014. 4. 17.
[촌스러운 여행] 촌스러운 가족, 촌스러운 여행 (3) 2014년 2월, 가족들과 유럽 시골마을로 일명 촌스러운 여행을 떠난 박은빈의 기록입니다. 박은빈과 그녀의 가족이 유럽여행 중 만나는 다양한 농촌과 농업 협태를 전합니다. 매달 첫째, 셋째주 수요일에 연재됩니다. [농저널 농담] 박은빈 여기는 영국 남동부 쪽에 위치한 브루더호프 공동체(Bruderhof)이다. 1920년대 독일에서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초대 기독교인들의 단순하고도 소박한 삶을 올곧게 실천해오고 있는 곳이다. 우리는 여러 나라의 다양한 브루더호프 공동체 중에서도 다벨(Davell)이란 곳에 머물고 있다. 작은 간이역 건너편 길을 따라 오래된 나무들과 낮은 들판을 지나 이곳에 도착했다. 300여명의 식구들이 모두 모이는 저녁식사 이후, 다들 손을 건네며 “잘 왔어요!” 따뜻한 말을 건넨다. .. 2014. 4. 7.
[촌스러운 여행] 촌스러운 가족, 촌스러운 여행 (2) 2014년 2월, 가족들과 유럽 시골마을로 일명 촌스러운 여행을 떠난 박은빈의 기록입니다. 박은빈과 그녀의 가족이 유럽여행 중 만나는 다양한 농촌과 농업 협태를 전합니다. 매달 첫째, 셋째주 수요일에 연재됩니다. [편집자 주] 박은빈 출국 살아간다는 것은 자전거 타는 것과 같을까? 놀이동산에 있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을까? 자전거는 언덕을 오르고, 롤러코스터는 가파른 레일을 오르며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삶의 굴곡을 지나간다. 내 두 발과 두 손으로 빠르기와 방향을 바꿀 수 있거나, 그 어떤 단어로도 표현되기 어려운 손길로 인해 움직여질 수 있다. 농부로 살아가겠다는 것은 떠돌지 않고 머물겠다는 삶의 표현이다. 그런 내가 떠돌아야만 한다니. 모든 것을 내려두고 떠나야만 한다니. 물론 내가 선택한 여행이.. 2014. 3. 19.
[촌스러운 여행] 촌스러운 가족, 촌스러운 여행 (1) ©박은빈 2014년 2월, 가족들과 유럽 시골마을로 일명 촌스러운 여행을 떠난 박은빈의 기록이 연재됩니다. 박은빈과 그녀의 가족이 유럽여행 중 만나는 다양한 농촌과 농업 형태를 전합니다. [편집자 주] 박은빈 안녕하세요. 농사짓는 박은빈이라고 합니다. 농부할아버지와 무시무시한 트랙터가 사는 농촌에서 농부언니로, 동네에선 새악씨로 불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쩌다 농부아버지를 만나, 어쩌다 농고를 나와, 어쩌다 충남 홍성에서 친구들과 아름다운 밭을 가꾸고 있습니다. 제 나이 스물여섯, 또래 친구들이 불안한 마음 이끌고 직장 찾아다니는 세상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갓 수확한 양배추와 피망을 건네주는 것! 혹여나 촘촘한 도시살이에서 하나뿐인 ‘존재’ 또한 미뤄두고 잊어버린 건 아닌지 친구들 걱정이 앞서.. 2014. 3.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