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저널 농담> 박푸른들
날이 갑자기 더워져 식물들의 생육이 빨라졌다.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게 많은 농민들은 변화를 빠르게 직감하고 일을 서두른다. 그렇다고 작년과 같은 수확량에 수확시기가 약간 당겨지고 마는 건 아니다.
제때 뿌리를 내리고, 잎을 내고, 꽃을 피우지 못하면 병해충에 쉽게 노출되며 수확시기와 수확량을 짐작하기 어렵다. 올해 농촌은 예년보다 빠른 리듬으로 움직이고 있다.
ⓒ 박푸른들
집에 돌아오자마자 흙내를 폴폴 풍기는 옷을 갈아입지도 못하고 전화를 붙들고 다음 날 일꾼을 모으고, 켜켜이 쌓아둔 모판 안 볍씨가 금세 트는 바람에 서둘러 못자리를 만들고, 다른 때보다 일찍 식물에 옮겨 붙은 병해충을 떼어내기 위해 약을 치고, 열과가 생기진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 박푸른들
요즘은 농민에게 전화하는 것도 미안하다. 거기다 부탁이라도 할 때면 현장감 없는 농업단체 실무자로 찍힐까봐 망설여진다. 아니, 들킬까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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