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 할아버지와 아버지, 이웃들 속에서 자라서인지 저 또한 농촌과 농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사람들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꼭 그래야 하는 이유를 찾은 것도 아니고, 반드시 그래야 할 일도 아니지만 나의 뿌리는 고향인 충남 홍성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요즘은 서울에 있는 농업단체에서 일합니다. 사는 곳과 사무실은 서울이지만 주로 전국 농촌을 돌아다니며 농부들을 만나는 게 제 일입니다. 이곳 사람들은 제게 간사라고도 하고 실무자라고도 부르지요. 하지만 이곳에만 일하고 배우는 것은 아닙니다. 재밌는 일이라면 사족을 못 쓰고 달려듭니다. 그래서 결정사항을 충실히 따라야 하는 단체 실무자라는 정체성은 조금 옅습니다. 농촌과 농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한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런 저의 시선을 ‘농(農)적인 시선’이라고 부르며 그것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짤막한 단상을 나눠보려고 합니다.
이 글과 사진은 <여성주의 저널 일다>에서도 연재됩니다. [박푸른들]
<농저널 농담> 박푸른들
©박푸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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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 짓고, 준비하는 시간
가온시설재배가 늘어나면서 농한기가 없어졌다지만, 그래도 그나마 12월부터 2월까지는 농민들이 한숨 돌릴 수 있는 철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육지와 작기가 다른 제주도는 예외겠지만 말이다.
작년 가을밭에 묻어둔 씨앗이 뽀득뽀득 움트기 전, 농부들은 이 두세달 동안 잠시 논과 밭을 떠나 따뜻한 방에 모여 작년을 매듭짓고, 올해를 준비한다. 이 시간은 언 땅이 녹는 2월 말까지 이어진다. 어제 충남 홍성에서 농사를 짓는 아빠에게 전화해 안부를 물었더니 이제 본격적으로 농사가 시작되었단다. 아빠처럼 다른 농부들도 자신들의 파트너인 땅을 토닥이며 봄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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