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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밭으로 간 아이들

[밭으로 간 아이들] 4월, 씨앗퍼즐

by 농민, 들 2015. 4. 22.

어린이를 대상으로 농사 교육을 진행하는 아마의 기록입니다. 오늘부터 올해 12월 말까지 매달 셋째 주 화요일, <농저널 농담>을 통해 연재됩니다.

 

<농저널 농담> 아마

 

 

 

ⓒ 아마

 


친구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어떤 음식을 제일 좋아해요?"

누구는 스파게티, 누구는 김밥, 된장국, 카레라이스… 그야말로 다양했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들에 어떤 재료들이 쓰이는지 나열해보았습니다. 당근, 감자, 시금치, , , 토마토… 대답을 시원시원하게 하는 친구가 있는 반면, 갸우뚱 고개를 움직이는 친구도 있었어요. 그 표정이 '채소가 이렇게나 많아?' 하는 듯 했지요친구들에게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우리는 먹고 싶은 게 생기면 어디로 가요?"

"음식점이요!"

"엄마가 해줘요~"

그렇죠. 우리는 사지 않고서는 먹고 싶은 걸 먹을 수 없어요. 하지만 우리는 사계절 함께 농사짓기로 한 어린농부들입니다. 올해는 친구들이 먹고 싶은 걸 직접 길러보기로 하였어요기르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게 뭘까 아이들에게 물으니 돌아오는 대답은 가장 먼저, 물과 땅이었습니다. 그 다음에 씨앗을 말하더군요. 똑똑한 아이들!


씨앗을 살펴보기로 하였어요. 한 명 한 명 모두가 다르듯 세상에는 아주 다양한 씨앗이 있다는 걸 오늘 확인했지요.

 



 

ⓒ 아마



 

"우와~"

많은 종류의 씨앗을 보고 아이들이 탄성을 내지릅니다.

"이거 완두콩이에요!"

하나는 지난 달 같이 심었던 완두콩 씨앗을 기억합니다. 씨앗을 만지작 만지작거리며 느껴봅니다. 착한 율이는 친구들이 흘린 씨앗을 주워 담아줍니다루페(현미경)를 이용해 붉은 찰옥수수 씨앗을 관찰한 주연이가 한 마디 합니다.

옥수수가 석류처럼 생겼어요. 예뻐요.”

 

 

 

ⓒ 아마


 


같은 모양의 씨앗 찾기도 하였습니다. 한 명씩 다른 씨앗을 나눠주고 서로 어떤 씨앗을 가지고 있는지 움직이며 친구들과 얼굴을 마주 댑니다. 흩어졌던 씨앗을 놀이를 통해 하나로 모았어요. 하지만 친구들은 아직 어떤 씨앗인지 모릅니다. 씨앗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고 친구와 같이 궁리해봅니다.

아마! 이 씨앗에 가시가 있어요. 무슨 씨앗이에요?”

우리 맞춰보자! 힌트를 줄게.”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씨앗의 열매를 그림으로 보여주었습니다옥수수와 단호박은 쉽게 알아맞히지만, 가지와 토마토는 쉽게 구별하지 못합니다. 씨앗 퍼즐 게임으로 아이들이 다양한 씨앗과 더욱 가까워집니다.

 



 

ⓒ 아마

 


손에 씨앗이 쥐어졌으니 심는 순서지요. 같은 씨앗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끼리 보다 한 모둠이 된 느낌이었습니다. 트레이 구멍에 한 알씩~ 어른 손으로 씨앗 하나 하나 골라 심는 게 어려운 일인데, 아이들의 고사리 손이 재빠르게 움직이더군요.


내 것, 네 것이 아니라 같이 심고, 같이 가꿔나갑니다. 물을 줄 때도 기나긴 호스를 다 같이 잡고 움직이며 주었어요. 물을 주니 바닥에 물이 흥건~ 윤성이가 제일 먼저 물을 첨벙첨벙 밟더니 발자국 놀이를 시작합니다. 다 같이 발자국을 찍으며 놀았어요.

 


 

ⓒ 아마


 

게릴라 가드닝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자세히 보기비밀스럽게 소유하지 않은 땅을 밭으로 만드는 일종의 공공운동입니다. 게릴라 가드닝의 다양한 방법들 중 하나인 씨앗폭탄을 함께 만들어 보았습니다. 


열심히 흙을 나르는 친구들, 흙은 씨앗 폭탄의 중요한 재료입니다. 빨간 수레에 흙을 모으고 또 모읍니다. 앙증맞은 농기구를 이용해 파고 또 파고.. 흙 놀이로 넘어간 친구들도 보입니다빨간 통에 흙이 가득 차자 폭탄제조를 시작하였습니다. 아이들도 주위로 동그랗게 모여 앉았니다. 다양한 종류의 씨앗과 물을 붓고 손으로 뒤적뒤적. 손이 진흙으로 범벅이 되었어요.

 

 

ⓒ 아마


 

하지만 아이들 중에는 손으로 흙을 만지기 싫어하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모종삽이나 삽이 있어야지만 흙을 만지더군요. 멀찌감치 떨어져있는 산이를 꼬드겨 봅니다.

"산아~ 이거 봐라~ 이게 씨앗폭탄이야. 나랑 같이 던져볼래?"

진흙 공으로 된 씨앗 폭탄을 보여주었습니다. 흙이 더럽다고 느껴지기 이전에 아이들은 놀이라면, 방긋 웃어 보입니다.

"또 던지고 싶어요~"

산이 꼬드기기 성공! 진흙 묻은 산이의 손을 보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시우도 처음에는 주저하더니 이내 아이들 틈으로 들어가 진흙놀이를 합니다


수레에 듬뿍 쌓인 씨앗폭탄을 투하할 차례. 윤성이가 제일 먼저 앞장서서 휙- 하고 던집니다지후는 다른 친구들보다도 흙과 손의 감촉에 집중하며 만들고 또 만들기를 반복합니다. 진흙 주변에서 떠나질 않더군요. 우리가 던진 씨앗폭탄이 비온 뒤 물 머금고 싹을 틔우면, 곳곳이 아담한 밭이 되겠지요. 그 날을 기대해봅니다.

 


 

ⓒ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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