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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밭으로 간 아이들

[밭으로 간 아이들] 6월, 밭에서 보물찾기

by 촌년 2015. 6. 29.

어린이를 대상으로 농사 교육을 진행하는 아마의 기록입니다매달 셋째 주 화요일, <농저널 농담>을 통해 연재됩니다.


<농저널 농담> 아




ⓒ 아마

초록의 푸성귀들이 무럭무럭 자라난 모습을 보고 아이들도 놀랐습니다. 얇은 줄기 하나였던 토마토는 제 키가 두 세배나 커져 자그마한 아기 열매를 달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지금 빠른 템포의 여름 속에 들어와 있어요.

 



ⓒ 아마


성은이는 자기가 지난 달에 심었던 토마토가 맞는지 의아하다는 표정입니다. 유준이는 신이나서 말합니다.

"제가 심은 토마토에 꽃이 엄청 많이 폈어요!"




ⓒ 아마


해바라기, 땅콩, 들깨, 옥수수를 심었습니다. 옥수수는 늦봄부터 초여름까지 연이어 심을 수 있어요. 그럼 연이어 수확해서 두고두고 따먹을 수 있습니다. 오늘 아이들이 심은 옥수수는 아마도 가장 늦게 따먹을 옥수수가 되겠네요.

"~ 해바라기를 어떻게 심어야 될까?"

제가 물으니 아이들이 대답합니다.

"집을 만들어줘요."

아이들이 작은 손으로 해바라기가 뿌리내릴 집을 깊게 파주었어요. 따로 알려주지 않았는데도, 아이들 스스로 어떻게 작물을 심는지 기억합니다. 어엿한 어린농부들을 보며 선생님들은 뿌듯합니다.

 

 



ⓒ 아마


오늘의 하이라이트, 우리가 배고프면 밥을 먹는 것처럼, 맛있는 간식을 먹는 것처럼 작물들이 커다랗고 튼실한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밥이 필요합니다.

우리 밭에서는 유기농 식당에서 나온 음식물찌꺼기들과 주변나무에서 떨어진 낙엽, 잡초들을 푹 익혀 거름으로 사용합니다. 처음에는 갓 쌓인 퇴비더미에서 더러운 냄새가 나지만, 다시 땅으로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과정임을 알게 되면 하나도 더럽지 않아요. 




ⓒ 아마


벌레들과 미생물들이 열심히 일해 만들어준 퇴비의 향을 맡아보면, 음식물찌꺼기 냄새는 온데간데없고 향기로운 흙냄새가 느껴집니다. 퇴비의 향을 맡아보는데 처음에는 움찔 피하는 아이들, 하지만 곧 흙내음이 나는 걸 느끼고 마음껏 손으로도 만져봅니다


"잘 자라서 토마토 선물해줘."

귀여운 아이들이 웃거름을 주며 하는 말입니다.



ⓒ 아마

ⓒ 아마

ⓒ 아마

ⓒ 아마

 

무성하게 자라있는 작물들을 수확합니다엄마아빠하고 나눠먹을 생각에 아이들이 매우 집중하더군요상추를 수확하는 법도 나날이 발전합니다잘 모르고 뿌리까지 뽑아버렸던 힘센 아이도 이제는 가장 아래 잎부터 똑똑 따네요.

아이들이 금방 감자 캐는 법을 익혔어요이파리가 있는 곳에 가서 제일 먼저 감자 잎을 당겨 뿌리를 뽑고줄줄이 달린 감자를 수확했습니다.

"선생님이거 봐요아기 감자도 있어요!" 산이가 신났습니다.



ⓒ 아마

ⓒ 아마


딸기사냥에 나선 아이들, 한줌 가득 붉게 물듭니다. 시중에 파는 딸기는 하우스에서 비료 먹고 자라 커다랗지요. 노지에서 자연스레 자란 딸기는 향부터 남달라요. 아이들이 작지만 달콤한 딸기 맛을 알아버렸습니다. :)

 

 


 

ⓒ 아마


즐거운 놀이 시간, 아이들에게 작은 종이가방을 하나씩 나눠주었습니다. 아이들은 구석구석으로 흩어져 자기 마음에 쏙 든 오브젝트를 하나씩 골라 넣었어요. 어떤 걸 넣었는지 아무도 몰라요.

"이게 뭘까?"

아이들에게 물었어요.

가방 속에 들은 게 무엇인지 맞출 수 있는 방법은 딱 한 가지. 손으로 만져지는 촉감입니다.

눈을 감고 가방 속에 손을 들이밀어 만져봅니다. 만져지는 게 무엇인지 맞추는 아이들 표정에 장난스러움이 묻어있습니다.

부드러운 느낌이에요.”

시연이가 만지는 종이가방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요? 바로 작은 매실열매였습니다.




ⓒ 아마


눈으로 보지 않고 손으로 보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의 감각이 얼마나 섬세한지 알 수 있었어요. 흙을 만지기 싫어했던 한 아이도 이 놀이를 통해 흙을 다시 새롭게 관찰하게 되었어요.

우리가 늘 지나치던 작은 것들이 알고 보니 늘 자연 속에, 주변에 자리하고 있음을 느껴봅니다.

 

 



ⓒ 아마


아이들과 밭에서 보물을 찾을 시간! 아이들이 보물이 어디 있냐고 똥그란 눈으로 쳐다보는데 얼마나 귀여운지 모릅니다.

"얘들아, 자연 속에 이미 보물이 숨겨져 있어~~~"

색색으로 칠해진 달걀상자를 들고 보물찾기에 나섭니다.

 



ⓒ 아마


아이들과 자연히 펼쳐져있는 나무와 주변 풍경들을 더욱 자세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우리가 초록색이라 알고 있는 색도 들여다보면 수 십 가지 색으로 나누어지지요. 멈춰 서서 들여다보지 않으면 지나치게 되는 작은 들꽃들도 곳곳에 흐드러져 있어요.

 


ⓒ 아마


마구 뛰어다니던 길을 천천히 거닐어 봅니다. 즐거운 아이들과의 산책길입니다.



ⓒ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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