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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밭으로 간 아이들

[밭으로 간 아이들] 5월, 내가 어렸을 적

by 촌년 2015. 5. 14.

어린이를 대상으로 농사 교육을 진행하는 아마의 기록입니다매달 셋째 주 화요일, <농저널 농담>을 통해 연재됩니다.


<농저널 농담> 아마





5월입니다. 저번 달에 아이들과 심은 씨앗들이 싹이 트고, 모두 바깥으로 나갈 준비가 되었어요.

아이들과 푸른 모종 주위를 둘러앉았습니다. 그 옆에 놓여있는 아기 사진들 중 혹시 내가 있나 찾아보는 아이들도 있네요.

 

미리 부모님들께 받은 아이들 1~2살 적 사진을 하나씩 들어보였어요.

“이 아기는 누굴까?”

제가 물었습니다.

“동생이다~”

지유가 갓난아이 모습을 보더니 자기 보다 한참 어린 동생인 걸 알아봅니다.

“모르겠어요~”

유준이가 어렵다는 눈치를 줍니다.

“자! 이 아기는 지금 여기에 있어.”

곧 제가 힌트를 주었어요.

“어! 이거 나다!”

강훈이가 자기 어렸을 적 사진인 걸 그제서야 알았어요.

사진들 하나 하나 찾아보며 서로의 얼굴을 두리번거립니다.

“이거 서윤이 같아요!”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친구들의 얼굴을 이제야 지그시 쳐다봅니다.

서로의 이름을, 얼굴을 기억합니다.

성은이는 동생들이 자기 어릴 적 사진을 맞추니 부끄러운 듯 웃어보입니다.

모두 다 자기 어렸을 적 사진을 찾았습니다.

아이들 모두 신기한지 한 번 보고 또 보며 내 어릴 적 모습을 들여다보네요.



“얘들아, 여기 또 다른 어린 친구들이 있다?”

제가 말한 또 다른 어린 친구들은 누군지 아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뜹니다.

“누구요?”

지훈이가 물었어요.

“누굴까?”

제가 다시 물었습니다.

“모르겠어요. 알려주세요.”

연이가 조릅니다.

“우리 바로 앞에 있는 풀들이 바로 어린 친구들이야.”

“얘네가요?”

연이가 다시 되묻습니다.

“응. 우리 저번 달에 뭐했지 얘들아?”

“우리 씨앗 심었어요!”

지유가 씩씩하게 말합니다.

“이거 너희들이 심은 씨앗이야. 그 씨앗이 그동안 이렇게나 자랐어~~”

그냥 초록색인 풀로만 보였는데, 우리가 심었던 씨앗이라니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집니다.





 


“저 토마토 심었는데, 뭐가 토마토에요?”

성은이가 궁금한 모양입니다.

자세히 보니 똑같은 풀이 아니라 세모난 잎, 삐죽빼죽한 잎 모습이 다 다른 걸 알아봅니다.

“토마토가 뭘까 얘들아?”

토마토 모종을 바로 알려주지 않습니다. 대신 하나 집어들며 이파리에 향을 맡아보자고 했어요. 몇몇 작물들을 이파리에 과실의 향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요.

지훈이는 무슨 향이 나는지 보다 이파리에 보송보송한 털이 있다며 감촉에 집중합니다.

“이거 무슨 향이 나는데~ 알 것 같은데~”

연이는 추측중입니다.

서연이는 "아무 냄새도 안 나요. 감기 걸렸어요." 시무룩합니다.

그러다 주형이가 맡더니 “토마토 냄새!” 하고 한 번에 알아맞췄어요.

나머지 친구들도 다시 맡아보겠다고 토마토 모종에 달려듭니다.

그렇게 차례대로 아이들과 심었던 토마토, 콩, 호박 모종을 만나보았습니다.




 




“얘들아, 너희 사진처럼 엄청 쪼그만 아기였는데 어떻게 이렇게 자란거야?”

다시 아이들 어렸을 적 사진을 꺼내보이며 물었습니다.

“밥 많이 먹어서 쑥쑥 컸어요!”

지유의 대답입니다.

“그럼 이 채소들은 어떻게 자라난 거지?”

제가 물었어요. 그리고 모종을 뿌리 채 들어보이며 식물이 어떻게 자라나는지 이야기해주었습니다.

뿌리를 가리키니 강훈이가 먼저 말합니다.

“뿌리로 물을 먹어요.”

“옳지~ 그리고 뿌리는 땅 속에 영양분들을 먹어서 쑥쑥 자라나도록 도와.”

이파리로 숨을 쉬고, 햇빛을 받아 자라난다는 이야기를 하며 모두들 모종을 주의깊게 들여다봅니다.

그러자 한 친구가 물었어요. 

지금 이 풀이 살아있는 거예요?

그렇다고 대답해줬으나 믿기 어렵다는 표정입니다. 

지구상에 모든 것이 우리들처럼 자라나고 살아있다는 걸 조금씩 알아가겠지요?

"우리들이 나중에 어른이 되는 것 처럼 이 친구들도 맛있는 열매를 선물해줄 거야."

가장 중요한 마지막 말도 잊지 않습니다.


 


우리가 심는 모종은 결국 땅에 뿌리를 내립니다. 친구들과 땅과 물을 주제로 게임을 하였어요.

모래, 진흙, 퇴비. 세 가지 종류의 흙을 가져다 놓고, 손으로 만져보며 다른 촉감을 느껴봅니다.

이 세 종류의 흙이 어떻게 다른지 곧 게임으로 알게됩니다. 3~4명은 물이 되고, 나머지 친구들은 흙이 됩니다.








맨 먼저 모래를 외칩니다. 흙 팀은 한 줄로 손을 잡고 널찍하게 섭니다. 그리고 물 팀이 그 사이로 슝~하고 통과해요.

흙 팀은 물 팀이 지나가는 걸 막고 싶지만 널찍이 떨어져 있으니 하는 수 없이 자유롭게 통과하는 물 팀을 바라만 봅니다.

그 다음 진흙! 흙 팀은 모두들 옹기종기 밀착하였어요. 그리고 물 팀은 결국 그 사이로 지나가지 못하고 주변만 멤돕니다. 흙 팀은 물 팀이 못지나가니 기뻐하네요. 

마지막으로 퇴비! 선생님은 물팀에게 뭐라고 조용히 속삭입니다. 흙 팀은 영문도 모른 채 모래와 진흙의 중간 쯤 거리를 두고 서있습니다. 물 팀이 멀리서 달려오더니 사이로 통과하지 않고 흙 팀의 친구들을 꼭 껴안습니다. 퇴비는 작물이 충분히 촉촉한 흙 사이로 수분을 머금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좋은 흙이지요.




 




 

이제 모종을 들고 밭으로 갑니다. 봄의 벚꽃이 모두 지고 잎으로 울창해진 나무 사이를 지나 딸기밭으로 올라갔어요. 그동안 자란 완두콩에 꽃이 핀 것도 보고, 귀퉁이에 일렬로 피어난 마리꽃도 봅니다. 또 벌들이 조용히 꿀을 가지러 양파꽃에 앉은 것도 보았어요. 5월의 밭을 둘러보고 모종을 심었습니다.









 

“또 심고 싶어요~”

아이들의 아우성에 한 여름 손톱에 물들일 봉숭아 꽃도 심었어요.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밭에서 닭도 보고, 흙놀이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흩어져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내고 그 안에 몰입하는 모습을 볼 때, 그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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