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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사이다

[사이다] 사이에서 겪고 느끼니까 ‘사이다’

by 농민, 들 2015. 4. 30.

친환경 유기농산물 매장에서 일하는 직장생활 1년차 '죽밥'의 이야기입니다. 농부와 소비자 사이에서, 동료들 사이에서 외로운 고민에 빠진 이야기는 매월 넷째 주 수요일에 연재됩니다.

 

 



사이에서 겪고 느끼니까 ‘사이다’


 <농저널 농담> 죽밥

 









 

지금 나의 위치는 농부를 생각하는 소비자가운데이다.

 퇴근하고 거의 9시가 다 되서 집에 도착한다.

 홈플러스에 들려 풀무원 조리떡볶이를 샀다. 이 떡은 쌀떡일까, 밀떡일까를 생각하며 파, 참깨 등 안에 들어있는 재료들의 원산지를 궁금해 하다가 중국산이라는 걸 발견했다. 이미 내 몸속에 들어간 음식물에 대해 후회한다. ‘다음번에는 제대로인 재료를 사서 요리할 시간을 꼭 가지자는 생각은 생각일 뿐, 그럴 여유는 없다. 기계처럼 음식을 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폭식증세가 보인다.

 

 

요즘 드는 호기심, 의문들 (횡설수설 주의)

  ‘정말 좋은 고추장은 어떤 고추장일까라는 생각에서부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 ‘무농약, 유기농 고추로 가루를 만들고, 또 친환경 재료로 만든 그런 고추장은 정말 좋은 고추장일까?’ 그런데 그런 고추장끼리 모아놓고 보면 맛이 다 비슷비슷하다. (냉철하게 비교해본적은 없다만) 거기에 시중 고추장이 끼어도 대충 구색이 맞지는 않을까?’

 

 어떠어떠한 과정으로 만든 상품을 보며, 내용을 어떻게 소비자에게 잘 전달할 것인지, 전달을 받은 소비자는 어떤 반응일지까지 예측해야한다.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 지금 내가 하는 일들 중에서는 이 부분의 비중은 높지 않다. 회사 전체 일 중에서도 비율은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을 위해 일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스친다. 농촌의 농부들을 위해? 도시의 소비자들을 위해? 그것도 아니면 나를 위해? 늘 하던 대로 관성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닌지 두렵다.

 

 

진짜 중간에 낀 난감한 상황들

 유통이라는 가운데 일을 하면서 서로 다른 두 입장 사이에 놓일 때가 있다.

 어느 서비스업종은 안 그렇겠느냐만, 물건을 사는 과정에서 반품 건은 되게 민감하다. 그중에서도 식품에 대한 반품이나 환불은 더 예민한 부분인데, 이 문제에 곰팡이라는 녀석이 자주 끼어든다. 나도 물론 식품을 보고, 곰팡이가 생겨있으면 싫은 마음이 들 것 같다. 소비자에게 "어머 곰팡이가 생겨있네! 자연스러운 현상이지? 걷어내고 먹어야겠다!" 이런 반응을 기대하긴 힘들다. 알고 있지만, 물건을 사고 며칠이 지난 후에 곰팡이가 생겼다며 이게 안 좋은 게 아니냐는 추측을 이유로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식품자체의 힘이 약해서일수도 있고(소비자편), 시간이 흐르니 자연스러운 일일수도 있고(농부편). 진실은 곰팡이만 아는지라 나로서는 그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시시각각 머리를 굴린다.

 

 

관계의 사이!!!!

 회사에서는 일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일을 하기 위해 관계를 봐야하며 눈치를 봐야한다. 이것은 흔히 사회생활이라 부르는 직장일과에서 상당히 중요한 듯 보인다. 대학에서 학문으로 개설해도 될 만큼! 여러 명이 어려움을 맛 봤을 것이고, 그런 감성으로 미생이라는 드라마의 큰 호응으로 나타나지 않았던가.

과장과 과장, 과장과 팀장, 팀장과 부장, 부장과 과장, 팀장과 대리, 과장과 직원, 직원과 부장

과장 A는 과장 B을 싫어하는 줄 알았다. 과장 B의 역할을 다른 사람으로 바꾸면 좀 나아지겠거니 했지만 더 큰 갈등이 생겼다. 이 갈등이라는 건 미움이라는 싹 같은 건데 생명력이 질겨 웬만하면 잘 없어지지 않는다.

 

 원만한 성격의 사람들이 내 주변엔 없는 것 같다. 다정하다 생각한 사람이 뒤통수를 칠 때엔 그 충격이 얼마나 크던가. 초반에는 일을 하는 것인데도 상대방의 반응이 너무 두려웠다. 친절하게 알려주면 정확한 방법이 아니었고, 아주 정확한 상황판단은 거친 단어와 함께 나왔고. 뭐 그런 식이다. 뭐하나 이상적으로 쉬운 것이 없다. 이럴 때 다른 큰 기업은 얼마나 더 심할까하는 생각으로 위로 아닌 위로를 하고, 이 전쟁터를 더 슬기롭고 현명하게 지내 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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