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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사이다

[사이다] 유통 새내기가 끄적입니다

by 농민, 들 2015. 7. 13.

친환경 유기농산물 매장에서 일하는 직장생활 1년차 '죽밥'의 이야기입니다. 농부와 소비자 사이에서동료들 사이에서 외로운 고민에 빠진 이야기는 매월 1회 연재됩니다.


유통 새내기가 끄적입니다

 

 <농저널 농담> 죽밥



ⓒ 농저널 농담


1. 근황

매주 한번 MD(merchandiser, 상품화 계획 또는 상품기획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회의를 하기로 했다. 오늘인데 준비한 게 없다.

지난주는 신상품 찾느라 분주했는데. 이번 주엔 신상품이라고 찾은 것도 없고, 상품리스트를 보내준다고 했는데 아직 안 왔다. 서로 힘내서 빠르게 주고받아야 일이 쭉쭉 진행되는데, 한쪽의 반응이 더디면 힘이 빠진다. 일이 늘어지면서 결국 이도 저도 아닌 게 되겠지.매주 회의를 통해 발 빠르게 매장에 신상품을 채워 넣고, 새로운 분위기로 활기를 불어넣자고 결정을 했었다. 신상품으로 토마토와 단호박이 출시되었는데 농장이나 농부에 대한 홍보물 없이 그냥 판매대에 올려졌다. 아무런 설명 없이 그냥 덩그러니 올려있으면 활기가 느껴질까?


2. 역할의 발견

상품 찾고, 업체 연락하고, 마진 계산해서 가격책정하고, 통과되면 발주 넣고, 내용작성해서 디자이너에게 넘기고, 홍보물 뽑고, 매장에 전달

이 과정이 꾸준히 진행될 수 있게 하기.회의를 했다. 전체회의이던 부분회의이던 두서가 없다. 내가 겪었던 이전 회의방식에서는 나름 순서와 기록과 정리가 있었는데.

아이디어를 내고, 다양한 품목을 구성할 수 있도록 업체들을 끌어오고, 큰 그림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중심잡기. 꼼꼼하게 챙기기. 내 역할을 발견하였다.


3. 마진율에 대한 고민

마진율 계산법: (판매액-원가)/판매액x100.오천 원짜리를 만 원에 파는 거랑, 만 원짜리를 만 오천 원에 파는 거랑 순이익은 오천 원으로 똑같은데 왜 마진율은 다르지? 퍼센트라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넘어간다면 마진율은 어떻게 봐야하는 걸까. 앞 경우가 마진율이 높은데 이익은 같다 쩝. 그럼 어떤 마진율이 많이 버는 거지?공급가가 부가세 포함인 것과 미포함인 것에 차이는 뭘까.부가세는 환급받는다는데 그럼 단순히 미리 돈을 부담하는 게 공급 받는 자냐, 공급 하는 자냐의 차이일까. 아님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일까.


4. 좋은 맷집

김미경 강의를 들었다. 꿈의 맷집. 꿈을 위한 맷집인지는 모르겠다. 대신 사회생활이 이런 것이겠다는 배움의 맷집.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의 맷집이라는 말은 충분히 붙일 수 있을 것 같다.경험과 지식부족에서 오는 수치심을 몇 번 느꼈고, 거기에 덧붙여 남과 비교하며 나의 속을 뒤집었다.비록 현재 앞에서 또박또박 쏘아 붙일 수 있는 짬도 아니고 능력도 못되지만 나는 이 시간들을 똑똑히 기억할 것이고 반복되지 않게 노력할 것이며 누군가에게 되풀이시키지도 않을 것이다.



사진: 농저널 농담, 글: 죽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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