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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농땡이

농업단체 실무자 활동가 모임 ‘농[:農]땡이’ 결성 취재기

by 농민, 들 2014. 7. 21.

 <환경농업단체연합회> 전병문, 유지예


난 5월 결성된 농업단체 실무자 활동가 모임 '農땡이'. 

결성 당시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현재 農땡이의 분위기 메이커로 활약 중인 환경농업단체연합회 전병문, 유지예 씨가 쓴 결성 취재기입니다. 이 글은 환경농업단체연합회 정책논단에도 실렸습니다. 



우리, 얼굴 한번 보는 게 어떨까요?


농업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안다. 서울 사당역 부근에 유독 농업 관련 단체가 많이 모여 있다는 사실을! 

사당-방배역 인근은 환경농업단체연합회를 비롯해 가톨릭농민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농수축산신문, 농정연구센터, 국민농업포럼,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지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농업단체들이 모여 있으니 이 정도면 가히 서울 내의 작은 집농촌이라 부를만하다. 재주꾼으로 소문난 가톨릭농민회의 젊은 실무자 박푸른들 씨가 이를 두고 볼 리 만무하다. 그녀의 “우리, 얼굴 한번 보는 게 어떨까요?”

 

박푸른들 씨의 의견이 아니더라도 사실 농업단체들간의 교류와 소통은 늘 있어왔다. 공사다망한 국내외 농업계의 업무를 보고 있는 각 단체의 사무국이니만큼 든든한 연계를 자랑한다. 그러나 아직 농업계 실무에 뛰어든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실무자들은 아직 현대 사회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가치관과 업무에 낯이 선 탓인지, 좀처럼 교류를 낼 짬이 쉽지 않았다. 

특히 환경농업단체연합회의 전병문, 유지예 씨는 더욱 그러했다고 한다. 각기 환경농업단체연합회의 정책연구와 홍보를 맡은 새내기 담당 간사로서 그들의 고민 역시 다른 실무자들의 초창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때마침 농정연구센터 주최로 열린 ‘젊은 실무자들 농정테이블’ 은 큰 계기가 되었다.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 각 지역에서 생산, 소비, 유통, 가공 등의 분야에 매진하는 젊은 실무자들이 홍대 카페 안을 가득 메워 이야기꽃을 피웠다. 사당-방배 지역에 위치한 농업단체 젊은 실무자들의 모임인 農땡이는 그 곳에서 논의, 시작되었다.

 


이름처럼 農땡이 치듯이 재미있고 가벼운 모임


農땡이라는 이름처럼 처음 기획과 의도는, 젊은 실무자 간의 친목 도모를 위한 모임이었다. 그러나 참여하는 인원들 모두 농업에 대한 관심은 많았지만 쌓아온 경력이 달랐고, 경력이 낮은 쪽은 농업계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었다. 그리하여 5월 9일 환경농업단체연합회 사무국 회의실에서 첫 모임을 시작한 農땡이는 논의 끝에 가톨릭농민회 박푸른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영은, 환경농업단체연합회 전병문, 유지예 등이 주축이 되어 정기적으로 친목을 도모하며 주제에 맞는 발표를 하는 모임으로 거듭났다. 

한 달에 한 번씩 서로 일정을 맞춰 모여 고민도 공유하고, 친목을 나누는 한편 농업 관련된 공부를 한다. 기본적으로는 대학가에서 흔히 볼법한 공부 소모임의 형식이지만 이름처럼 農땡이 치듯이 재미있고 가벼운 모임을 지향한다.

 


푸릇푸릇한 젊은 실무자들의 기대되는 행보


가까이 있는 농민단체의 젊은 실무자 네 명이 시작하여 이제 세 번째의 회동을 가진 조촐한 모임이지만 그래도 제법 소문은 났다.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의 스탭인 라세화 씨와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의 신입 간사인 채준영 씨도 소문을 듣고 참석했다. 젊은 실무자들답게 각종 문화 컨텐츠에 대한 관심이 많아 만화와 영화를 두루 섭렵하며 도시에서 농업/농촌에 관한 이야기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파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조촐한 모임이지만 그래도 제법 소문은 났다 ⓒ 전병문


 

“옛날에는 <전원일기>도 있었고,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같은 드라마가 장수 드라마, 국민 드라마 대접을 받았는데, 요즘에는 <산 너머 남촌에는> 같은 드라마가 백 회 방영했다고 주목을 받는 정도잖아요. 기본적으로 농촌이나 농업을 다룬 콘텐츠가 많지 않다는 생각을 해요. 또 막상 표지를 열어보면 그저 단순하게 농촌을 배경으로 할뿐이거나 직업이 농민이기만 할뿐 내용 자체는 농업농촌과 전혀 상관없는 경우가 많죠.” 이번 모임을 통해 ‘진짜 농업, 농촌을 다룬 콘텐츠가 어떤 것인가’ 를 고민하게 되었다는 전병문 씨. 중세 유럽, 농촌의 삶을 다룬 ‘나막신 나무’ 가 정말 좋은 영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우리 나라와 비슷한 사회 구조와 풍습을 지닌 근대 이탈리아 농촌을 잘 재현해냈죠. 일 뽀스띠노를 연출한 감독이라 화면 운용도 일품이에요. 농민의 삶이 목가적인만큼이나 고된 노동의 연속이라는 점을 잔잔하게 표현했죠.”

좋은 재료만으로 좋은 요리가 나올 수 없듯, 전병문 씨가 선정한 주제에 풍성한 토론을 얹는 것은, 또다른 달변가들의 몫이다.


農땡이를 구성하는 젊은 실무자들 중 비교적 경력이 오래된 정영은 씨나 박푸른들 씨, 라세화 씨는 물론이고, 본디 디자인을 전공했던 유지예 씨나 아직 활동 3개월 미만의 채준영 씨 또한 의욕이 남다르다. 특히 채준영 씨는 농촌의 계급 구조에 관해 강력하게 역설했다. “우리 사회가 생명의 근간을 이루는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업을 지나치게 홀대한다는 사실을 이 곳에서 더욱 절실하게 깨닫고 있어요. 이 영화를 보면서 지주와 농민 간의 계급 대립을 눈여겨보았죠. 사회적 공적 가치를 지켜나가는 농민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를 고민하게 되는 영화였습니다.”


이렇듯 하나의 영화를 보고서도 다양한 논의들이 오가고 나면, 박푸른들 씨와 유지예 씨가 의견들을 잘 정리하여 의견을 공유한다. 이제 겨우 세 번의 모임이지만 차근차근 사람이 모여들고, 또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다. 유기농 채소처럼 푸릇푸릇한 젊은 실무자들에게 앞으로도 農땡이가 이름처럼 톡톡 튀는 영향과 휴식을 줄 수 있도록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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