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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농촌페미니즘

[농촌청년여성 생활 수기手記] 나는 이렇게 살아낸다.

by 농민, 들 2018. 1. 3.

3차 청년여성농민캠프 참가자들의 생활글쓰기 공동프로젝트. <농촌청년여성 생활 수기手記>. 2017년 12월부터 2018년 6월까지 글, 그림 등 자유 형식으로 연재됩니다. <농촌청년여성 생활 수기手記>는 농저널 농담과 농촌청년여성캠프 블로그에 이중 게시됩니다. [농저널 농담]



<강원도 화천 농민> 달짱


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작년보다는 짧게 느껴진다.

복잡했던 봄, 여름, 가을이 지나고, 소복이 내린 눈 사이 길에 피어오르는 연기가 겨울을 말해준다.


지글지글한 바닥, 외풍으로 손이 시린 구들방에서 나는 책장을 넘긴다.

강은경의 <외로울때마다 너에게 소풍을 갔다>, 박준 시인의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에크하르트톨레의 <고요가 말하다>.


희망과 새싹,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나의 봄은 외로웠다. 울었고, 고요했고, 성장했다.

또 다시 외로울 것이고, 울 것이고, 고요할 것이라는 걸 안다.


전과 다른 건, 예전보다 외로움을 이겨낼 힘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는 것. 이유 있는 삶이 하나씩 생겨나고 있다는 것. 나는 매일 외로울 것이고, 매일 울 것이고, 매일 고요할 것이며, 침묵으로 나 자신을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 자신과 투쟁한다.

내 모습을 인지하고 받아들인다. 그리고 달라지는 스스로의 태도에 나는 안도하며 살아나갈 이유를 찾는다. 그렇게 나는 숫자가 달라지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산다.


나이가 든다는 건, 그만큼 값을 해야 한다는 불편한 숫자이기도 하다. 좋은 사람이 되기보다는, 삶을 함께 이겨낼 힘을 가진 동반자가 될 수 있길 바란다.


"안에서 공간이 열려 있는 상태, 그것이 ‘현존’이다. 현존할 때 너는 스스로 묻는다. 이 상황이 이 순간의 요구에 어떻게 응할 것인가? 사실은 그런 질문을 할 필요조차 없다. 고요히 깨어서 눈앞의 현실에 너를 열어놓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여 너는 그 상황에 새로운 차원을 끌어들인다. 열린 공간이 그것이다. 그때 너는 본다. 그리고 듣는다. 그리하여 상황과 하나로 되는 것이다. 상황에 반발하는 대신 그 속으로 녹아들 때 상황이 스스로 해결책을 내놓는다. 실제로 상황을 보고 듣는 것은 한 인간으로서의 네가 아니라 깨어있는 고요함이다. 그때 무슨 행동이 가능하거나 필요해지면 네가 그 행동을 한다. 아니, 바른 행동이 너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바른 행동이란 옹근 전체에 들어맞는 행동을 말한다. 그렇게 행동이 이루어져도 깨어서 텅 빈 고요는 그냥 남는다. 두 팔 높이 들고 신나게 “야호!”를 외치는 사람이 없다. “봐라, 내가 해냈어!”라고 말하는 사람도 없다."

-에크하르트톨레의 <고요가 말하다> 중-


ⓒ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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