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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농촌페미니즘

[친구에게] ‘우리끼리 좋아서 하룻밤’을 함께 보낸 친구들

by 농민, 들 2017. 5. 4.

()에 대해 혼자 상상만 해온 일을 실천해보고 싶은 마음들을 모아, 청년여성농민 캠프 우리끼리 좋아서 하룻밤을 열었습니다. 2017년 아직 농사가 시작되기 전이던 3월 어느 날, 청년여성농민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에서 열 명의 농민, 농업활동가, 농촌생활자가 모였습니다. 청년여성농민 캠프에서는 하룻밤 동안 여성으로서 농촌에 살며, 농사를 지으며, 농업활동을 하며 겪은 경험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대안적 상상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첫 번째 캠프 이야기 > http://j-nongdam.tistory.com/96

 

12일 동안 같은 시공간에 사는 여성으로서의 삶을 나누는 것이 큰 위로와 힘이 된다는 것을 느낀 우리는, 헤어지기 전 자신의 일상과 친구의 안부를 묻는 릴레이 편지를 쓸 것을 약속했습니다. 서로의 삶을 나누는 일을 지속하자는 약속이었습니다. 대단한 활동 계획을 세운 건 아니었지만, 충분히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이것만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활동이 있을까, 하는 마음도 듭니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누구는 논밭으로, 누구는 집으로, 누구는 사무실로요. 캠프가 열린지 한 달이 조금 지난 어느 날, 반가운 첫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청년여성농민 캠프 '우리끼리 좋아서 하룻밤>



우리끼리 좋아서 하룻밤을 함께 보낸 친구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화천으로 이사온 지 3주 하고도 이틀이 지났어요.

그새 주변의 풍경도 많이 변했습니다. 뾰족뾰족 길게 뻗은 나무들에

꽃도 피고 잎사귀도 돋았어요. 마을 사람들은 한창 산으로 두릅이나

다래순을 따러 다닙니다. 여리여리하던 냉이는 억세지고 꽃도 피었어요.

툇마루에 앉아 매일 보는 풍경인데도 어제는 계절의 변화가 새삼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친구들이 있는 곳은 어떤 지 궁금하네요.



ⓒ연근



오늘은 노는날입니다

늦잠도 자고 이불위에서 뒹굴뒹굴하며

휴일다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이번주는 하우스 짓는 작업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맨 땅에 철 봉을 망치로 두드려 박을 때는 언제 다 짓나 싶었는데

얼추 하우스모양이 보이게 뼈대를 만들었습니다.

꼬박 나흘이 걸렸고 아직도 완성이 되지는 않았어요.

모두 처음 해 보는 일들이어서 낯설고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함께 일하는 친구들을 따라하면서 하우스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게 신기했고 참여할 수 있다는 게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다음엔 더 잘 지을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생겼고요.

내년엔 미니하우스를 지어 열대작물들을 심는 계획도

마음으로만 품고 있습니다. (-:



ⓒ연근

 


제가 살게 된 곳은 화천에서도 사창리이고 안골이라는 동네입니다.

안골에는 재밌는 친구들이 많이 살아요.

침뜸, 미생물, 목공, 술빚기, 산나물 각각 관심사도 다양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일곱명의 친구들이 모여 공동텃밭을 일구고

종종 밥도 먹고 술도 마셔요.

짧은 시골살이에서 느끼는 가장 큰 불편함은 무엇을 사러갈 때입니다.

빵을 만들고 싶은데 밀가루가 없다거나

샐러드를 만드는데 식초가 없다거나 하는 것들이요.

이전에 살던 동네처럼 걸어서 갈 수 있는 시장이 없어 아쉽기는 해요.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으면 차를 타고 나가야합니다.

그런 종류의 불편함들은 동네에 친구들이 있어 어느정도 해소가 됩니다.

걷는 거리에 슈퍼는 없지만 친구들 집이 있거든요.

급하게 필요한 재료들은 얻어다 쓰면 되니까요.

친구들이 두릅도 따다주고, 설탕이랑 밀가루도 주고, 술도 줘요.

동네에 마음을 터놓을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말이죠.



 

ⓒ연근



이전 동네에서 살 던 일상과 거의 모든 것이 달라요.

이사를 오자마자 스위치를 켜듯 단번에 바뀌었습니다.

어떻게 적응할까 싶었지만 반 절정도는 자연스럽게 맞추어졌고

나머지 반절은 앞으로의 시간속에서 풀어가야 할 것 같아요.

 


ⓒ연근



사실 지금까지는 좋은 점이 더 많아요.

친구들과 만날게 될 두 달 뒤에는 불만도 많이 쌓여있겠지요.

텃밭에 뿌린 씨앗들도 잘 자라 있을 테고요.

같이 수확해서 음식을 만들어 먹어도 좋을것 같네요.

이박 삼일로 모자랄지도 모르겠어요.

그 때까지 잘 지내고 있겠습니다. 친구들도 좋은 시간 보내다 만나요.

 


4월 마지막 일요일

연근

 

ps. 보란씨는 어찌 지내나요. (-:



※ <농저널 농담과 청년여성농민캠프_우리끼리 좋아서 하룻밤>은 자신의 삶을 나누며, 연대하고 싶은 청년여성농민을 기다립니다. 농저널 농담을 통해 농() 관련 활동을 기록하고, 공유하고자 하는 분은 언제든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두 팔 벌려 환영이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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