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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농촌페미니즘

[친구에게] 강원도 화천 안골에서, 연두가

by 농민, 들 2017. 7. 5.

혼자 상상만 해온 일을 실천해보고 싶은 마음,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들이 모여 열린 청년여성농민 캠프 우리끼리 좋아서 하룻밤’. 2017년 아직 농사가 시작되기 전이던 3월 어느 날, 청년여성농민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에서 열 명의 농민, 농업활동가, 농촌생활자가 모였습니다. 첫 번째 캠프 이야기 > http://j-nongdam.tistory.com/96

 

지난 3월 청년여성농민 캠프에서 12일을 함께 보낸 청년여성농민 열 명은 헤어지기 전, 릴레이 편지를 쓸 것을 약속했습니다. 삶을 공유하는 일을 지속하자는 약속이었습니다. 각자의 터전으로 돌아간 청년여성농민들은 논밭에서, 집에서, 사무실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다 누군가로부터 편지를 받고, 또 누군가에게 편지를 씁니다. 네 번째 편지는 강원도 화천 안골에서 친구들과 농사지으며 사는 연두 이야기입니다. [농저널 농담]



이슬 소식 잘 받았어요!

할머니의 땅맛에 관한 이야기에 괜히 고개도 끄덕이고, 웃음도 났어요.

밭에서 구수하게 전라도 사투리를 건네며 할미랑 알콩달콩 이야기 하는 이슬의 모습도 상상해 보고요. 상상만 해도 재밌고 보기 좋아요.

 

요즘 이른 더위에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저는 지이랑 강원도 숲 속에서 조금 덥고 시원하게 지내요.

세 살이 된 지이는 이제 고집도 세지고 못하는 말이 없는 아이가 되었어요.

경험들이 많아지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져서 그걸 타협하는 과정이 자주 생겨요.

가끔 속에서 욱~하고 뜨거운 것이 올라오기도 해요. 끝없는 장거리 달리기 라고나 할까. 허허

엄마 옆에 누워, “엄마, 참 좋다~” “엄마, 잘 잤어? 지이 잘 잤어~” 하며 싱그럽게 웃고, 살갑게 굴 때는 이 딸랑구가 커서 친구처럼 지내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고 좋아하는 딸바보가 되어요.







이슬이 보내 준 씨앗들이 강원도까지 왔어요직접 채종한 것들을 곱게 담아서 보내준 이슬이모의 선물을 받고 지이는 한참을 놀았어요.  흔들어도 보고, 냄새도 맡아보고, 달래이모처럼 가지런히 놓아보기도 하면서.  



공동텃밭에서, 달짱


연근과 연두

 




올해는 주변에 젊은 청년들과 공동텃밭을 일구고 동네 이웃들과 손모내기를 했어요.

매주 토요일마다 공동텃밭에 모여 때마다 필요한 일을 해요.

지이도 이모, 삼촌들이랑 같이 일해요.

삽질, 괭이질, 볏짚나르기, 물주기, 참먹기, 맨발로 신나게 놀아요.

 

다른 동네 이웃들과 볍씨 파종부터 손모내기도 했어요. 쌀을 먹기 위함도 있지만 놀이삼아 함께 하자고 제안해준 이웃이 있었어요.

막걸리도 마시고 맛난 콩국수도 먹었어요. 가을에는 벼베기도 같이 할 계획이에요.

 

다들 바쁜 때라 일정 맞추기가 어렵지만 이웃들과 종종 함께 일하고 밥을 먹으면 마음이 넉넉해지는 것 같아요.

한 아이가 자라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지이가 나랑 둘이 있을 때보다 여러 사람 사이에서 더 단단히 자라나요.

안골마을에서 만나는 봄, 여름, 가을, 겨울과 이웃들이 지이의 몸과 마음에 건강한 기운을 불어넣어 주나봐요.






특히, 요즘 연근이모의 요리가 안골을 뜨겁게 달구고 있어요지이도 물론 연근이모가 만든 맛있는 빵, 고소한 쿠키, 피자에 푸욱 빠졌어요처음 먹어보는 프랑스 요리 꼬꼬뱅, 텃밭에서 자란 노란 주키니와 순무로 만든 키쉬들을 참으로 먹었어요. 새로운 맛을 경험할 수 있는 호사를 누리고 있어요.






더불어 주변 청년들이랑 농사관련 모임을 시작했어요.

미생물공부를 시작으로 첫 모임을 가졌는데, 좀 더 구체적인 모임의 방향을 잡아가야겠다 싶어요.

 

같이 일하고 모임을 갖는 것이 좋은 점도 있지만 불편한 점도 있어요.

다양한 사람이 모였으니 다양한 스타일의 삶의 방식과 철학이 있잖아요.

이것을 조율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어렵고, 오래 걸려요.

그럼에도 왜 우리는 이 좋은 날들을 이렇게 복닥거리고 있는가를 항상 질문해요.

혼자 사는 세상보다 함께 사는 세상이 좀 더디지만 재밌고 더 나으리라는 믿음인 것 같아요.

안골에서 저희는 복닥거리며 잘 지내고 있어요.


이 복닥이는 안골마을에서 여러분을 만날 날이 다가오네요^^

건강히 잘 지내다 만나요!

 

 

2017628

강원도 화천 안골에서, 연두

 

ps. 다음은 시골 살이가 아닌 도시 살이를 하고 있을 영지씨.

삶의 터전이 시골이 아닌데도 여성, 농사, 청년에 관심이 많은 영지씨가 어찌 지내는지 궁금해요 :-)



사진, 글: 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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