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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농촌페미니즘

[친구에게_마지막 편지] 2차 청년여성농민 캠프에서 만난 아름다운 이들에게

by 농민, 들 2017. 9. 6.

혼자 상상만 해온 일을 실천해보고 싶은 마음,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들이 모여 열린 청년여성농민 캠프 우리끼리 좋아서 하룻밤’.

3월, 1차 캠프 이야기 http://j-nongdam.tistory.com/96

8월, 2차 캠프 이야기 > http://j-nongdam.tistory.com/108 

 

지난 3월 청년여성농민 캠프에서 1 2일을 함께 보낸 청년여성농민 열 명은 헤어지기 전, 릴레이 편지를 쓸 것을 약속했습니다. 삶을 공유하는 일을 지속하자는 약속이었습니다. 각자의 터전으로 돌아간 청년여성농민들은 논밭에서, 집에서, 사무실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다 누군가로부터 편지를 받고, 또 누군가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그렇게 편지 열 통이 모였습니다. 오늘 편지는 열한 번째 편지이자 마지막 편지입니다.[농저널 농담]



<청년여성농민캠프 참가자> 정원



2차 청년여성농민 캠프에서 만난 아름다운 이들에게


심한 가뭄과 유난히 변덕스런 여름 날씨가 어느새 가을바람 시원하고 하늘 파란 날씨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만난 날은 화창하고 가을바람이 묻어나기 시작하는 좋은 날이었지요. 특히 화천의 멋진 골짜기들을 굽이굽이 지나서 도착한 안골은 아늑하게 사람을 품어주는 듯 했고, 드문드문 지어 진, 짓고 있는 한옥들도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었고, 마을 옆을 흐르는 계곡은 시원한 물소리를 밤새 들려주었지요. 지이, 울림, 이음, 담인. 이름도 예쁘고, 착 엉덩이를 붙이고 내 다리에 앉아서 밥을 먹던 귀여운 아이들을 만나서 같이 하룻밤을 보낸 것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네요.


 

ⓒ정원

2017 전국여성농민결의대회


그 사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하 전여농’)에서는 823일에 전국에서 700여 명의 여성농민이 모여 ‘2017 전국여성농민결의대회를 열고, 이어서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을 가득 채우고 여성농업인육성법개정! 여성농업인 전담부서 설치! 여성농민 권리보장을 위한 국회 대토론회를 열었습니다. 10명의 여성농민이 앞에 나와서 자신이 바라는 여성농민을 위한 정책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관중석과 무대가 함께 웃고, 울고 환호하는 뜨거운 토론을 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일하다 골병이 든 여성농민들을 위한 의료정책을 실시하는 것부터 여성농민이 사용하기 좋은 농기계와 농기구를 만들고, 식량주권 실현하는 것까지 많지만, 그 중 1순위는 여성농민의 이런 요구를 책임지고 행정을 펼칠 여성농민 전담부서를 만들라는 것입니다. 국회의원 5명이 이와 관련된 법률개정안을 제출한 상태이기도 해서, 이번 9월에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이 건이 꼭 통과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전국에서 모였습니다.



ⓒ정원

여성농민 농생태학학교


지난주에는 3회 차 여성농민 농생태학 학교를 부여에서 진행했습니다. 지난번 영지씨가 올린 글에도 나왔던 것처럼 전여농은 지속가능한 소농 농업, 식량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전제가 되는 농사농생태학이라고 하고, 이런 농사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4회에 걸쳐서 학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참가자는 20명 내외이지만 농생태학을 이해하고 실천하기 위한 이론교육과 실습교육을 같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교육은 농생태학 실습소가 있는 부여에서 진행했습니다. 낮부터 시작한 교육이 밤늦게 토론과 뒤풀이까지 이어지고, 다음날은 천연농약을 만들어서 실습소 밭에서 가지도 따고 배추에 약도 치는 교육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대구 KBS방송국에서 여성농민의 농생태학 실습소와 토종씨앗을 지키는 활동 취재도 같이 있어서 밭에 사람이 가득이었습니다. 농생태학이라는 용어가 생소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해서 농생태 운동이라고 하면 어떨까 하는 얘기도 진행 중입니다.


농생태학의 기본적인 원리는 기업과 석유화학 산업에 의존하지 않고, 전통지식과 자연 힘을 활용하여 농사와 생태가 어우러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생산된 먹거리 가치를 알고 먹는 소비자까지 연결되어, 농사를 둘러싼 구조를 바꾸는 것까지도 농생태학에 포함되는 영역입니다. 이제 1년의 과정에서 마지막 강의가 남아있습니다10년 전 여성농민들이 토종씨앗을 지키기 위한 논의를 하고 교육을 시작했던 때를 떠올리며, 이제 농사 전반을 농생태학으로 전환하기 위한 발걸음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정원

여성농민 농생태학학교

 

전여농은 28년 역사를 가진 여성농민 조직으로 진행하는 많은 일들 중, 최근에 있었던 중요한 일들을 소개해보았습니다. 현재 34개 시군여성농민회가 전여농에 가입되어 있고, 30여 개의 시군이 활동 군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강원, 경북, 경남, 전북, 전남, 제주에 도연합이 있어서 지역별로 사업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제가 여러분을 만나러 간 것도 전여농의 중요한 일 중 하나입니다. 앞으로 젊은 여성농민, 귀농한 여성농민들과도 함께 하기 위한 모색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니 참 많은 일을 했네요. 농촌에 사는 여성농민들이 행복한 세상을, 여성농민 스스로 만드는 일이기에 힘들지만 보람됩니다.



ⓒ정원

작은 텃밭


 벌써 9월이 되었네요. 올 봄에 시작한 무려 14평인 제 작은 텃밭에는 8월 마지막 주에 심은 배추, 유채, 얼갈이, , 화성무, 게걸무가 자라기 시작했어요. 농사꾼으로 살고 있는 것에 비하면 소꿉장난 같은 밭이죠. 농생태학 학교에서 배운 것을 적용해보기도 하고, 토종씨앗도 채종하고, 농사를 접은 지 몇 년 만에 이렇게라도 땅을 가꾸고 있다는 것이 또 다른 즐거움이 되고 있어요. 31일부터 농사짓기를 시작한 이 작은 땅에서도 많은 일이 일어났어요. 앞으로도 많은 일이 일어나겠죠?

 

세상의 많은 일들 중에서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만큼 크고 중요한 일이 있을까 싶어요. 어떤 만남은 만남 한 번으로도 서로의 인생을 변화시키기도 하니까요. 올해 여름 막바지에 청년여성농민캠프에 참여해서 반짝이는 사람들을 만난 것은, 제가 새로운 희망을 꿈꿀 수 있었던 좋은 자리였어요. 여러분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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