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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농촌페미니즘

[언니, 이거 알아?] 사과×그림책 ‘사과, 소소’

by 농민, 들 2017. 11. 15.

2차 청년여성농민캠프 참가자들의 공동 프로젝트. <언니, 이거 알아?>는 청년여성농민, 농촌에 사는 청년여성, 농업농민단체 청년여성 활동가 열 명이 서로에게 소개하고 싶은 콘텐츠를 이야기하는 연재 글입니다. 말하자면 청년여성농민의, 청년여성농민에 의한, 청년여성농민을 위한 콘텐츠. 이 연재는 3차 청년여성농민캠프가 열리기 전인 11월까지 진행됩니다. [농저널 농담]



<청년여성농민캠프 참가자, 농민> 보란



고딩 때 학교에서 유서 쓰는 혼란스러웠던 시간이 자꾸 떠오르는 만큼 글 쓰는 것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언제나 고민고민이지만, 쓸 때마다 새롭고 빈 공간이 채워져 가는 게 신기하고 묘해. 편지를 쓰는 것도, 받는 것도 이제는 생소한 일이 돼버린 요즘에 기회를 만들어줘서 고마워.


아스파라거스, 감자, 고추 농사는 다 마무리 됐고 지금은 사과에 온 에너지를 쏟는 중이야. 일만 하다 순식간에 하루가 끝나버려서 허무하기도한데 여름철 농사에 비하면 천국이 따로 없어. 과수는 정말 엄청난 시간과 손길이 전해지는 걸 아무나 붙잡고 구구절절 읊어대고 싶을 정도라니까. 마침 말할 데가 생겨서 신남 아닌 신남! 하하 :D.


밭을 일구게 되면 과수는 기필코 안하리라고 다짐했는데, 우습기도 하지. 그랬던 내가 사과농장을 일구게 될 줄이야. 당장에 따내야 되는 사과들을 보면서 발등에 불 떨어진 것 마냥 사과에 대한 책들은 죄다 모아서 읽어보고 있는 중에 정말 가볍고, 귀엽고, 재밌는 책을 발견했어. 잠깐이나마 마음의 안정을 찾았달까.



ⓒ너나농



짠. 그림 되게 귀엽지! 사과와 콜라보 한 그림책이야. 제목은 ‘사과, 소소’

이 책은 ‘너나농(너와나의농촌) 과일학교’ 프로젝트의 첫 번째 주인공이고, 농산물이 그저 먹을거리로만 인식되는 것이 안타까워서 기획됐다고 해. 도시가정(혹은 소비자), 농민, 디자이너가 함께 이야기를 만들고, 공유하고, 체험하는 것이 프로젝트야. 그 다음으로는 토마토나 딸기로 이야기를 꾸려간다고 하더라고. 다음에 우리가 일구는 것들을 그림으로 그려서 이야기를 담아 농저널 농담에 담아두는 것도 재밌을 거 같아. 우왕. 생각만해도 두근두근해! 


사실 그림책을 좋아하는데다 귀여운 그림체에 소유욕 타올라서 산건데, 아는 내용에서는 나도 사과에 대해 쉽게 말할 수 있을 거 같았고, 몰랐던 부분에서는 새로이 알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어서 보는 내내 나 너무 행복했어 :D.


신라시대 처용가에 ‘멋’ 이라는 토종사과가 기록되어 있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여지껏 서양사과가 한국 사과의 시초인 줄 알았다가 토종사과라니! 토종사과가 있다니! 하며 오빠랑 어찌나 신기해했는지 ‘멋’은 어떤 맛이였을까. 어떻게 생겼을까 하다가 토종사과를 찾으러 가자며 아무말대잔치 하면서 놀았어. 어쩌면 동심을 찾을수 있을지도 몰라. 나랑 오빠는 그랬거든 :D.




이 책이 좋았던 다른 이유는 누군가에게는 농산물은 먹는 용도로만 보여질 수도 있는데, 단순한 상품을 떠나서 여러 이야기와 가치들을 담아줘서 좋았어. 세상의 모든 것들이 똑같겠지만 하나하나에 담겨있는 의미들을 관심 갖고 풀어가긴 어렵잖아. 잘 모를뿐더러.


아무튼 글쓴이가 머리말에 우리 도시는 농촌과 더불어 살아야 하고, 농촌도 도시에 기대어 살아야 한다면서 이 책이 그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적어뒀더라고. 그래서 나는 앞으로의 이야기도 관심 가져보려고!


간만에 글을 쓰며 스스로 따스한 시간을 가졌다! 뭔가 쓰다 보니 독후감 같은 느낌이지만, 나는 내일의 사과밭을 위해 그럼 이만! 내내 행복하시고들. 이만 총총! 


참. 여기는 벌써 겨울이야. 눈도 왔고, 아침 점심 저녁으로 그냥 추워. 막 추워. 아주 추워 오들오들. 건강관리 잘 해서 아프지말고,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 URL 주소는 http://blog.naver.com/youandifarm/221005444803 너나농 과일학교에서 책 내용을 영상으로 만든건데 너무너무 귀여워서- 좋은 건 같이 나눠봐야지 :D. 그럼 진짜로 안녕!


- 풋풋한 사과 꽃향기 널리 퍼지는 사과밭, 사과꽃이 펴야 진짜 봄이다.

봄이 얼른 오길 바라는 보란이가, 정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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