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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농촌페미니즘

[친구에게] 서툴고, 불편해도, 자유롭게!

by 농민, 들 2018. 8. 17.

농촌 청년 여성들의 느슨하지만 서로에게 힘이 되는 연대를 꿈꾸는 작은 판농촌청년여성캠프그곳에 모였던 여성들은 논밭에서집에서사무실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갑니다그러다 캠프에서 만난 누군가로부터 편지를 받고또 누군가에게 편지를 씁니다우리는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농촌청년여성캠프] 



<제4회 농촌청년여성캠프 참가자>

 서와



안녕하세요? 세 번째 편지를 쓰는 서와예요.

희주님과 이오님이 보낸 편지가 황매산 산골까지 잘 도착했어요.

정성껏 쓴 편지를 반갑고,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 보았어요.

오늘 합천에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단비가 내렸어요.

기쁜 마음으로 편지를 써요!


ⓒ서와


 


저는 이런저런 모임이 있어서 며칠 동안 서울에 다녀왔어요.

날마다 약속과 모임이 잡혀서 서울에 계신 분들에게 연락을 드리지 못했어요.

하루는 플랫폼 510’이라는 공간에서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이 모이는 자리가 있었어요. ‘플랫폼 510’은 청년과 지역을 잇는 역할을 하는 곳이에요.

그 모임에서 캠프 때 목공 기술을 가르쳐준 선생님과 한 동네에 사는 분을 만났어요. ‘홍동 젊은 협업 농장에서 온 청년들도 만나고요. 그래서인지 홍성에서 함께 했던 캠프 생각이 많이 났어요.

한 번씩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연결망을 넓혀 가는 일이 저에게 힘이 되요. 일상에서 늘 만날 수는 없지만, 다른 지역 곳곳에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든든해요.


 

ⓒ서와

 

저는 농촌청년여성캠프에 다녀와서 여성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되었어요. 여성으로 살면서 그리 어려움을 겪지 않은 줄 알았는데, 어쩌면 내가 예민하지 못했던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성조차도 부당한 일을 당연하게 여기거나, ‘별 일 아니야.’하고 넘기게 되는 일이 많다는 것도 알았어요. 조금 더 애써서 예민하고, 불편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싶어요.

농부가 되어 시골에 살면서 불편한 일이 점점 더 많아져요. 해마다 병이 깊어 가는 지구를 보면서, 이제는 흔하게 쓰는 랩 한 번 마음 편하게 뜯어 쓰지 못해요.

제가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러운 마을 어르신은 이 더븐 날에 뭐할라꼬 그래 풀을 베고 앉았노. 고마 비닐 덮어 뿌지.”하셔요. 하지만 내가 농사짓는 땅이라도 숨 쉬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그러지 못해요.

당연했던 일들이 당연하지 않게 된다는 건 불편하고, 낯선 일이에요. 무얼 몰라서 실수도 많이 하고요.

에 대한 고민을 조금 더 예민하게 하는 일도 그렇겠지요?

그래도 마땅한 불편함을 잘 받아드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는 캠프에서 나누었던 이야기처럼 제가 할 수 있는데도 애써 하지 않았던 일을 찾아보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밭가에 자란 풀을 다 낫으로 벴어요.

아버지에게 예초기를 돌려달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낫질을 잘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거든요.

더디고, 서툴러도 스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질수록 자유로워지는 것을 느껴요.

앞으로도 저는 돈으로 사는 기술보다 스스로 하는 기술을 익히면서 살고 싶어요.

제가 해야 할 고민을 시작하게 해준 농촌청년여성캠프와 함께한 여러분에게 고마운 마음이에요.

쓰다 보니 편지가 길어졌네요. 긴 글을 읽어주어서 고마워요!


ⓒ서와



 

-2018.08.16.

왜오 왜오 왜오 왜오

개구리 소리 가득한 밤에

서와가 쓴 편지.

 

 

저는 수박님 소식이 궁금해요. 동화를 만드는 분이라고 기억하는데 맞나요? 제가 농촌에 살면서 쓴 동화가 몇 편 있어요. 기회가 된다면 잘 다듬어서 동화책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수박님에게 동화 만드는 일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었는데,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 못했어요. 아쉽고, 궁금한 마음을 담아 다음 편지를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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